산단공 3D시뮬레이션 지원에…100만대 폭스바겐車 부품 수주

입력 2021-05-25 14:09   수정 2021-05-25 16:44


전세계 12개국에 자동차부품을 수출하는 연 매출 500억원 규모인 경남 창원 태림산업은 이번달 독일 폭스바겐 차량 100만대에 들어갈 자동차 조향장치 부품을 수주했다. 글로벌 발주처로부터 대규모 수주에 성공한 비결은 한국산업단지공단의 공정혁신 시뮬레이션센터 덕분이었다. 센터내 슈퍼컴퓨터를 통해 가상 3D 시뮬레이션으로 제품 개발의 속도와 성과를 대폭 끌어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산단공이 한국전기연구원의 도움으로 운영하는 이 센터는 중소기업을 위해 3D 시뮬레이션 장비와 전문 인력을 제공하고 있다.
3D시뮬레이션으로 제품 개발 기간 단축하고 대규모 글로벌 수주 성공
태림산업의 경우 센터내 슈퍼컴퓨터(HPC)와 석박사급 연구인력의 도움으로 3D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어떤 철강 소재나 탄소섬유를 활용하는 것이 적절한 지, 열처리 온도 조건과 강도는 어떤 지, 연성과 경도는 어떻게 나오는 지 등을 가상으로 실험한 것이다. 이를 통해 개별 실험을 하려면 6개월 이상 걸리던 제품 개발 작업을 2개월만에 끝낼 수 있었다. 고가의 소프트웨어 구입비와 슈퍼컴퓨터 운영비, 전문 인력 인건비 등 최소 수억원의 비용을 절감한 것이다.

오경진 태림산업 부사장은 “가상 실험은 실제 실험에 근접한 결과치를 냈으며 개발할 부품의 물성과 내구성 등을 테스트할 때 유용하게 쓰였다”고 말했다. 그는 “자체 3D 시뮬레이션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그럴 여력이 없다”며 “중소 제조업체에 반드시 필요한 장비”라고 말했다.

대부분 중소기업들은 제조 혁신을 위한 소프트웨어와 장비가 없고 연구개발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3D 시뮬레이션 없이 제품을 제작하다 보니 제품 개발시 막대한 실패 비용을 부담해야했다. 하지만 이 장비로 현실과 거의 비슷한 조건을 컴퓨터를 통해 가상으로 구현하게 됨에 따라 각종 물리 현상에 따른 조건값만 대입하면 다양한 결과치를 비교·분석해 개발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산단공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 센터의 도움을 받은 기업은 40여곳으로 약 84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얻었다. 예컨대 인텍전기전자는 이 센터 덕분에 초고압 가스 차단기 개발을 완료하고 수백억원의 매출 증대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해양플랜트 분야 강재 이송용 리프팅 제품을 만드는 ㈜상영마그네트는 3D 시뮬레이션 지원을 통해 제품의 개발 기간을 대폭 줄였다. ㈜부마CE는 일본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항타기를 국산화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 산단공은 올해 50여개 기업을 지원해 100억원 이상의 지원 효과를 낸다는 목표다. 현재 창원국가산단에 국한된 사업도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디지털트윈으로 생산라인도 새롭게생산성도 3배 높여
공정혁신 시뮬레이션센터가 ‘제품의 개발과 생산’단계를 지원한다면, 산단공에서 운영하는 ‘표준제조혁신공정모듈’사업은 ‘공장의 설계’단계를 지원한다. 5세대(5G) 기반 디지털트윈 기술을 적용해보고 고정밀 부품 가공에 필요한 장비(첨단 공작기계)를 활용해보면서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산단공은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일종의 제조혁신 모델하우스 개념인 ‘스마트 팩토리 데모공장’을 건립해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공장엔 현대위아, 화천기계, 두산공작기계 등 고가의 첨단 공작 기계가 설치됐고, 가상의 공간에서 모의 시험을 통해 검증해보는 디지털트윈도 구현할 수 있다.

산단공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 사업으로 기업들은 33건의 기술 애로를 해결했다. 전차(탱크)용 실린더를 만드는 방산업체인 칸워크홀딩스는 이 사업의 지원을 받아 기존 8가지 공정을 3가지 공정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디지털트윈 기술을 적용해 생산라인을 개편한 것이다. 생산성은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에어버스의 날개를 만드는 S&K항공도 이 사업의 도움으로 제조 공정에 필요한 노후화된 외국산 장비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데이터센터·물류 플랫폼 구축제조혁신 요람으로 탈바꿈한 산단
공정혁신 시뮬레이션센터와 표준제조혁신공정모듈 사업 등을 통해 정부의 스마트그린산업단지 조성 사업도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노후 산단을 대폭 개조하는 스마트 그린산단 조성 사업을 펼치고 있다. 산단내 전통 제조기업의 디지털화·그린화를 촉진하고 청년 구직자들이 몰리는 일터로 탈바꿈하기위해서다. 현재 창원, 인천, 구미를 포함한 7개 지역에 스마트그린 산단이 조성됐고 2025년까지 15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역 산단별 맞춤형 전략도 추진된다. 경기 반월시화·창원산단에선 제조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제조설비 예지보전 및 생산성 향상을 지원하는 '혁신데이터센터'가 구축되고 있다. 반월시화 창원 등 4개 산단에선 기존 공동 물류센터에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물류비를 절감하는 '스마트물류 플랫폼'도 구축된다. 개별기업의 에너지 효율 향상을 넘어 ‘그린산단’을 조성하기위해 '스마트에너지 플랫폼'과 '에너지 자급자족형 인프라'도 마련된다. 전국 7개 산단에선 스마트제조분야를 위한 고급인력 양성사업도 진행된다. 특히 창원산단은 LG전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이 참여하는 취업연계형 교육과정을 개설했고, 제조혁신 특화 전공을 지역 대학에 신설해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고 있다.



산업부와 산단공은 올해 산단내 입주기업의 신산업 전환을 촉진하는 '사업다각화 플랫폼 사업'에 역점을 둘 예정이다. 박민원 경남창원스마트그린산단 사업단장은 “중국과 유럽 자동차부품업계가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어 우리도 변화하지 않으면 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 돼 온 산단은 국내 제조업 고용의 절반, 생산과 수출의 약 65%를 차지하고 있어 변화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김정환 산단공 이사장은 ”제조 경쟁력은 ICT과의 융합을 통한 고부가가치화와 신산업으로의 비즈니스 모델 전환에 달려 있다“며 ”이런 점에서 스마트그린산단은 한국 경제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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